계란후라이와 마리아
2026.04.24
글
분위기를 깨트리지 않으면서 그럴듯하게 도망가는 게 도움 될 때가 있다. 그리고 가끔은 나랑 같이 도망가는 사람을 발견하는데 그러다 눈이 마주치면 웃게 되는 것이다.
도망가기 위해서는 미리 도주경로를 생각해놔야 한다. 첫째, 계란후라이를 먹는다. 가장자리가 바삭해진 중식 계란후라이가 아닌 흰자가 촉촉하고 부드러운 대량생산 계란후라이가 필요하다. 둘째, 마리아를 외친다. 마리아는 버프 거는거라 탈출에 늦겠다 싶으면 아무렇게나 적당히 외쳐도 된다.
내가 이 방법을 공유하면서부터는 이제 계란후라이와 마리아로 들키지 않고 도망가는건 못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여러분은 내가 도망가는 걸 모른 척 눈 감아줄 거라 생각한다. 내 탈출 비법 레시피를 알려준 댓가다.
가끔은 집요하게 계란후라이 못 먹게 손발 묶어두고는 여기가 얼마나 좋은데 벌써 가냐는데, 미안한 마음은 들지만 내가 계란후라이 먹고싶으면 먹는 거다. "누구도 날 막지 못해! 황소앞에서 까불다간 내 뿔에 찔릴거다!"
그러면서도 언젠가 나도 입에 계란후라이를 몇개씩이고 우겨넣지 않아도 편안해지는 순간을 맞이할 수 있을까. 계란후라이를 먹지 않아도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런 상상을 한다. 그렇다고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계란후라이 먹으면 되니까. 그저 계란후라이를 먹으면서.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