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늙었어
최근들어 나 늙었다는 고백을 여기저기 하고있다. 그러고보니 예전에 쓴 글이 생각난다. 스물두 살 막내 다시 읽어봤다. 2017년의 나는 21살은 어리고 22살은 어리지 않은 나이라고 생각했구나. 기가 차다. 그리고 이 글을 지금 읽고 있는 형님누님들은 예나 지금이나 늙었다고 하는 나를 보고 또 기가 차겠지만... 믿어주시라 나 진짜 늙었어!
예전의 나는 나의 늙음을 생각하면 이유 모를 두려움과 불안이 나를 찾았다. 그것이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었는가? 전혀 아니다. 오히려 그때의 나는 한껏 기고만장했으므로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그것은 나이들어감 그 자체에 대한 이유 모를 두려움이었다. 동료들이 너도 곧 늙어. 늙어봐야 알지. 늙기 전에 운동해라 하는 농담이나 잔소릴 하면 나는 나이 든 나를 상상하고 싶지 않아서 나이들기 전에 죽을거라는 말을 자주 했었다. 그것이 진심이었냐 하면 전혀 아니지만, 그때의 나는 나이 든 나를 상상하는게 버거워서 그만 얘기하라는 의도를 섞어 그런 얼토당토한 말을 했더랬다.
그렇게 나의 20대가 상상하기도 싫어하던 30대가 되었지만 우려할만한 일은 어떤 것도 없었다. 나이듦에 대한 어떠한 두려움도 어떠한 불안도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 뭐 아무것도 안했는데 그냥 이 나이가 되니 그냥 그렇게 됐다.
그러면 도대체 왜 나는 나 늙었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반복하는가? 나이듦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진 것은 이유라기 보단 전제에 가까울 것이다. 두려움이 없어졌기 때문에 발화할 수 있는 것이다. 나 늙었다고 생각드는 이유는 오로지 신체적인 변화 때문이다. 왜 30대 형누님들이 그토록 건강건강건강 했던 건지 이제 알겠어. 나는 이제 하룻밤을 새면 다음 일주일의 수면이 망가진다. 발가락과 무릎에 작년엔 없던 털이 자란다. 모기에 물리면 멍이 든다. 눈꺼풀이 늘어나고 눈 밑에 솜털 하나가 길게 자라 내 시야에 보인다. 머릿기름이 나오지 않아 머리를 하루쯤 감지 않아도 떡지는 일이 없다. 온 관절에서 소리가 나고, 등 긁다가 쥐 난다.
그러니까 지금 쓴 글을 내가 다시 8년 뒤에 읽고 과거의 내 뒷통수를 후리면서 '까불지마 짜샤' 하더라도 나 늙었어. 나 늙었다는 말은 나이듦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선언이고 당신도 나처럼 노화를 느낀다면 영양제 정보를 교환하자는 의미이니 너무 노여워 하지 마시길.
나 늙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