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월간 치치

2026.02.05

어제 발견한 멋진 비디오 공유합니다. 이렇게 멋진 오디오비주얼을 본 적이 있었나. 이런건 사실 멋지단 말로는 온전히 표현할 수 없고. 벽 느껴져요. 인간창작이 AI창작 이기고 싶으면 이정도는 해야된다고 이게 허들이라고 말하는 것 같달까. 나는 흉내도 못 내겠고.

못 하는 장르가 없고요. 다른 비디오들도 전부 너무 사랑스럽고요. 왠진 모르겠는데 몇몇 비디오에 한국이나 한국어가 나와요. 2월 12일에 서울 공연 있는데 관심 있는 분은 한번 가보시길.


라따뚜이

라따뚜이를 다시 보고싶었다. 문득 음식평론가가 라따뚜이 한 조각을 입에 넣는 그 강렬한 장면이 머리속에서 재생됐기 때문이다. 라따뚜이를 극장에서 보고 나온 13살의 나는 평론가들은 전부 괴팍하고 오만한줄로 알았다. 그 이후 아주 긴 시간동안 그 편견을 의심할 생각조차 못했다.

입국심사 서류 직업란에 프로그래머라고 쓰던 때가 있다. 그 직업명은 프로그래머에서 개발자를 거쳐 다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되었는데 왜 그렇게 바뀌어야만 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개명될 때 마다 그게 더 쿨하게 느껴졌으므로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다. 십년 전, 내 직업을 프로그래머라고 소개하던 시절, 오랜만에 만난 친구놈은 내가 프로그래머 일을 한다니까 네가 어떻게 프로그래머냐며, 프로그래머는 천재만 할 수 있는 거 아니냐며, 네가 천재냐며 고약한 편견으로 나를 부인했다.

실제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직업이 프로그래머라면 천재 소리 듣던 때가 있다. 특히나 20살과 프로그래머가 조합되면 프로그래머를 제외한 누구에게나 '천재 프로그래머'로 불렸다. 아, 좋았던 옛날이여! (명백한 농담이다. 그때는 프로그래머가 40살 되면 은퇴하고 치킨집 차려야 먹고 살 수 있다는 자조가 만연하던 때다.) 이젠 프로그래머-개발자-소프트웨어엔지니어가 뭐 하는 직업인지 많은 사람이 안다. 이해가 편견을 대체하고 나니 이젠 더이상 프로그래머를 천재라고 하지도, 개발자는 천성이 히키코모리라 소통하기 어렵다고 하지도 않는다.

다시 본 라따뚜이에는 괴팍하고 오만한 악당 평론가가 아닌, 인간 안톤 이고가 있었다. '누구나 요리할 수 있다'가 모토인 식당이 형편없는 음식을 내자 '누구나 요리해선 안된다'고 비웃던 이고는, 라따뚜이 한 조각에 담긴 사랑을 발견하고나서 '누구나 요리할 수 있다'는 말은 즉 '위대한 예술가는 어디에서건 나올 수 있다'는 것임을 이해하게 된다. 이고의 조롱과 배격의 태도가 구스토의 사랑과 포용의 태도로 변화한 것이다.

편견은 평론가들이 괴팍하고 오만하다고, 범재에게 천재라고, 요리는 아무나 하면 안된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이 세상엔 얼마나 많은 편견이 있는가. 그런 편견들은 이 세상에 또 얼마나 많은 이해와 사랑할 기회를 빼앗는가. 누군가는 그걸 꼭 먹어봐야만 아냐고 묻는다. 그러나 하찮은 라따뚜이를 냈다고 한입 먹어보지도 않는다면 이해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유튜브 자동재생이 FKA Twigs 서울 레이브 영상을 틀었고, 그 안에서 너를 봤어. 잘 지내고 있니? 많은 사람들이 전화기를 높이 쳐들고 촬영에 열중일 때 너는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띄운 채 리듬을 타고 있어. 그걸 본 나도 옅은 미소를 지었다. 너는 여전히 살아있구나. 네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너. 그래 그걸 발견한 순간에도 웃음이 새어나왔어. 그리고 그 공간에 있는 많은 사람들. 그건 너와 나 그리고 우리였어. 그래 그곳에서 우리는 영원히 살아있을 수 있어.

* 픽션입니다.


다음달까지 건강히 지내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