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가 우에엥~
월간 치치
이번 달에도 돌아온 월간 치치.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 글, 미래의 나를 위한 내 근황, 귀여운 청설모, 작은 생각들 모아놨습니다.
퇴사 선물로 받은 책 읽은 것을 계기로 이제 책 읽는 것이 새 취미가 되었습니다. 인터넷에서 '데미안'이라는 단어를 스쳐봤고, 그게 아주 유명한 작가의 아주 유명한 책이라는 것 정도 알고 있었던 저는 그 길로 서점에 갔습니다. 서점을 두리번거리다가 도서검색대를 지나쳐 베스트셀러 진열에 가니 바로 거기에 데미안이 있었습니다.
읽고 싶은 책을 읽기 위해 서점에 가는 경험은 제게 없던 것입니다. 독서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유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전의 나는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않았거니와 그런 마음이 들었다고 해도 인터넷 서점에서 당일배송 하는 상품을 찾거나 전자책을 구매해서 목적에 닿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무언갈 목적하는 것만큼이나 과정이 재밌기 때문에 기꺼이 20분을 걸었고 검색 없이 책이 놓인 위치를 찾았고 카페에 가서 책을 펼쳤습니다.
데미안을 읽고 나서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해졌습니다. 나는 온갖 외로움을 느끼며 사는데 이 책이 지금까지도 베스트셀러에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고 위로받으며, 내 외로움에 공감할 수 있으며, 그렇다면 나는 더 이상 외롭지 않기 때문입니다.
유튜브에 데미안을 검색하니 '데미안 쉬운 해설'이니 '데미안 완전 분석' 같은 영상이 널려있었고, 그 많은 영상 중 어떤 것도 끝까지 보기 어려웠습니다.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은 문장을 분석적으로 해석하는 것으로 될 일이 아니기 때문에 모순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댓글에선 문장의 파편만을 강조하거나 희롱했고 저는 다시 외로움을 느꼈습니다.
오해할까 봐 적습니다. 타인의 감상을 부정하거나 내 감상만이 옳다는 뜻이 아닙니다. 내가 가진 관점의 특이함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느낀 것입니다.
왕 멋진 세라믹 키캡 선물 받았어요. 도각도각도각. 데스크탑에 키보드 두 대를 물려놨어요. 하나는 게이밍, 하나는 타이핑.
내가 뭐 이사를 좀 해봤어야 알지 원래 지역을 정해두고 집을 보러 다닌다면서요? 나는 그것도 모르고 5개 구를 돌아다니면서 완전 서울구경 했지 뭐예요?
처음엔 중랑천에 인접한 동네를 찾아다니다가, 바로 옆에 동부간선도로가 지나가는 구간의 중랑천은 소음이 꽤 힘들고 친구들과 멀어지는 것이 마음에 걸려서 중랑천은 3100번 버스 타고 옆에서 보는 걸로 대체하고 대신에 양재천과 매헌시민의숲이 가까운 곳으로 이사하기로 했습니다.
이제 막 나오는 모기는 비실비실해서 찾기도 쉽지가 않다. 모기가 우에엥~ 하면 겨우 든 잠도 깨버리고 일어나서 '아 피곤해' 하며 찾아다니게 되는 걸까? 모기가 있는가보다 하고 넘어가는 참이 없다. 그래도 모기정도면... 괜찮은 편이다. 성가시긴 해도 존재만으로 온몸의 털이 곤두서진 않으니까.
유아시절의 기억은 어디로 가는걸까?
4월부터 두 달 조금 넘게 가장 많이 들은 음악입니다. 마데온 형님 디제이셋 잘 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