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친구 S

2018.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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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친구 S

새 친구 S를 소개한다. 풀네임은 Xbox One S다. 잔고가 얼마 남지 않은 체크카드로 29만 9천원을 내고 샀다.

Xbox One X는 S보다 성능이 더 좋고 더 비싸다. TV가 4K 해상도를 지원하지 않으니 X를 샀다면 TV도 사야한다. 탈락이야. 닌텐도 스위치도 사고싶지만 다음달 동생 생일에 사면 되니 참을 수 있다.

컨트롤러로 화면을 움직이는 경험은 낯설다. 나는 옆을 보고 싶은데 캐릭터가 자꾸만 하늘과 땅을 번갈아가며 쳐다본다.

윈도우10 기반이기 때문에 스토어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 넷플릭스, 트위치, 유튜브를 보거나 스포티파이를 스트리밍 할 수 있다. 크롬캐스트만큼의 사용성은 아니지만 대체할 수준은 된다.

S를 맞이하는데 큰 고민이 없었다. 문득 Xbox를 사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마침 그만한 예산도 있었다. 한 시간쯤 뒤엔 내 손에 S가 들려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아, 내일 생일이구나.' 딱히 생일을 기념하려는 것은 아니었지만 공교롭게 S를 맞은 다음 날이 생일이었다.

생일

생일을 기리는 행위를 생각한다.

업무를 재촉받으니, '그래도 오늘 생일인데 너무 재촉하는 것 아니야?' 하고 투덜댄다. 이내 부끄러워진다. 내가 무언갈 노력해서 얻은 생일이 아니지 않은가. 나는 생일을 맞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페이스북에서 생일을 축하받는 것은 때로 페이스북 영향력을 확인하는 지표처럼 느껴진다. 이 사람은 축하 메시지를 이만큼 받았네, 저 사람은 저만큼 받았네 하는 의미없는 지표.

온라인에 생일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의미없는 축하를 받고 싶지 않다. 그저 겉치레 뿐인 의미없는 인사. 생일이 계기가 되지 않았다면 없을 안부들이 무의미하다.

스캠D랩에서 알게된, 나보다 생일이 하루 빠른 동네친구가 있다. 자정 전에 만나 내가 그 친구의 생일을 축하하고, 자정이 지나 내가 축하받으면 재밌겠다 싶었다. 실행되진 않았지만.

D랩 단톡에는 생일자를 축하하는 문화가 있다. 동네친구가 단톡에 내 생일을 알렸다. 아. 이런게 싫어서 비밀로 한 거였는데.

그래서 생일을 챙겨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페이스북이나 단톡처럼 공개된 장소에서 축하하지 않고, 직접 통화를 하던지 문자를 남긴다.

D랩에서 알게된 다른 형은 내게 스타벅스 카드를 선물했다. 이 형은 단톡에서 안부를 묻지 않고 나에게 직접 축하한다고 했다. 기분이 좋았다. '나랑 생일자를 대하는 태도가 비슷하구나'하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