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갔다 왔는데요
첫째날
공항에서 숙소로 가는 택시에서 사기를 당했다. 150k면 충분한 거리에 800k(4만원 정도)를 물렸다. 무서워서 뭐라 하지도 못하고 그냥 줘버리고 나왔다. 아, 베트남 택시가 서울보다 비싸구나 하고 위안해봐도 도무지 분이 안 풀린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메일린, 비나선 택시는 관리가 잘 되어서 사기치는 일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비나선을 탔을 때도 잔돈이 없다며 120k 나왔는데 200k 뜯겼다. 내가 사기치기 좋게 생겼나보지? 망할.
첫 날은 자정쯤 공항에서 빠져나와 바로 잠 자러 갔다. 숙소가 위치한 부이비엔은 개 미친 곳이다.
강남역 술집거리같은 느낌인데 기껏해야 아홉 살 되 보이는 꼬마가 양 손에 불을 들고, 입에서 불을 뿜으며 돈을 구걸하고 있었다. 금요일 밤 강남역보다 두 배는 밀도가 높은 이 거리를 지날 때 마다 전봇대에 기댄 아재들이 손바닥에 감춘 마리화나를 보이며 호객했다. 펍과 클럽에선 너도나도 아산화질소가 든 풍선을 손에 들고 단명하려는 사람들이 즐비했다. 마리화나든 해피벌룬이든 속인주의에 의해 한국인이 하면 한국법으로 처벌받는다. 아시겠죠 여러분? 절대 하지 마셔요.
이 도시는 소음 제한이라는 개념이 없나봐. 라운지 펍과 클럽에서 누구네 스피커가 출력이 좋은지 대결이라도 하는 듯 하는 통에 새벽 세시까지 잠들 수 없었다.
둘째날
두 시간 정도 자곤 일어나 무이네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다섯시간 되는 거린데 이층침대가 가득 찬 버스라 힘들진 않았다. 같이 간 친구는 똥이 마렵다며 앓는 소리를 했지만 큰 사고(?) 없이 무이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요정의 샘물이라는 곳에 갔다. 아 좋네. 영어를 쓰는 백인이 나한테 니하오 하며 지나간다. 참나 어이가없네. 베트남에서 한국인한테 중국인사를 건네는 레이시즘을 멈춰주세요 백인이여.
다른 백인은 내게 이 길 끝의 폭포까지 가려면 얼마나 더 가야하는지 물었고 나는 파입투텐미닛ㅊ라고 답했다. 아 좀 대견하다^^. 아님 말고.
숙소로 돌아와 수영장에 몸을 담갔다. 아 좋네. 그러곤 잤다가 다시 다섯시간을 달려 호치민으로 돌아왔다. 아니 동선 효율 무엇?
셋째날
그냥 숙소에서 쉬었음. 밤에 무슨 짜장면 맛이 나는 중국에서 유래된 베트남 국수를 먹고 커피 마시고 집 들어와서 스위치로 디아블로 하다가 부이비엔에서 맥주 마시고 다시 집가서 잤음. 어딜가든 하이네켄을 파는데 편의점에서 350ml 하이네켄 한국돈 천백원에 팜. 주류세가 없나봐.
넷째날
일어나서 왕뚜껑 하나 먹고 오후 네 시까지 잤다. 일어나서 유튜브 보다가 부이비엔 나가서 클럽엘 갔는데 내가 유흥을 즐기러 온건지 뭣 하러 온건지 모르겠지만. 여행 계획 짜는 데 내가 관여한 게 단 하나도 없으니 볼멘소리는 못 했다. 현지 선곡 수준은 천차만별이었음. 제대로 된 음악을 튼 곳은 딱 한 곳이었는데 (소신발언) 홍머 짭 디제이보다 나았음. 나머지 클럽에선 케이팝을 틀어대는 통에 괴로웠다. 빅뱅, 블랙핑크, 모모랜드. 대체 숀은 어떻게 알고 트는거지?
마지막 날
친구가 현지 친구를 사귀어서 현지 친구가 로컬 밥집에 데려다 줬는데 데친 채소가 나왔다. 아 맛있네. 이런 맛이면 채소를 잘 먹을 수 있을텐데. 건강한 맛은 아니다. 삼시세끼 이 걸 먹는다면 염분에 쩌들어 죽을테다.
그러곤 정자역이랑 비슷한 분위기의 동네로 가서 커피 마시면서 우노 했는데 빈부격차 오지게 느낌. 차로 10분 거리 떨어졌을 뿐인데 관리 잘 된 주상복합 아파트, 다 허물어져가는 벽돌집 갭이 상상초월.
마치며
케이팝은 어딜 가도 있다. 우리 문화는 체감보다 크게 베트남을 지배하고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기 위해 들어간 대형 몰에서 케이팝이 나오는 건 아무래도 자연스러웠지만, 플레이스테이션 매장에서 나오는 버블팝은 강렬했다. 직원들이 저스트 댄스 2019의 버블팝을 추고 있었다. 아 이 곡이 이렇게나 좋았었나. 내가 베트남에서 얻은 것 중 가장 큰 것은 버블팝을 리마인드 한 일일 것이다. 버블버블버블 팝 버블버블 팝 팝
귀여운 동물 모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