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의 기억

2018.11.03

소변이 마려운 상태로 회의를 시작한다. 화장실 갔다 올 순 있지만, 예정된 시간을 넘겨 시작한 회의를 더 늦추고 싶지 않다. 30분정도 지났을까? 온 정신이 계곡에 있는듯 하다.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 폭포에서 나는 청량한 소리. 아, 쉬 쌀 것 같다.

문득 옛날 생각이 난다. 그 곳은 오리초등학교. 때는 종례시간. 무엇인갈 잘못했는지 교실 뒤에서 벌을 서고 있었다. 나는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선생님 화장실 가고싶어요! 안돼 서있어.

벌 서기 싫어 화장실에 가겠다고 하는 줄 알았겠지. 하지만 애석하게 다리를 타고 흐르는 뜨거운 감각은 변명이 아님을 증명한다.

밑을 살폈다. 겨울이었고, 다행히 하의 내피는 잘 젖지 않는 재질이라 겉으로 티 나지 않았다. 다만 내 밑에 노란 웅덩이가 생겼을 뿐. 별안간 자리에 앉으란다. 앉으니 기분 나쁜 축축함이 느껴진다.

종례가 끝났다. 청소당번이 청소할 준비를 한다.

선생님 누가 여기 보리차 흘렸어요.

선생님이 고개를 갸웃 하곤 내가 서있던 그 곳으로 향한다. 선생님이 눈을 땡그랗게 하고 나를 쳐다보더니 시선이 다시 그 보리차에 향한다.

청소당번 두 명은 킥킥대며 이거 오줌 아니야? 한다.

그렇게 삼학년의 나는 수치심이 뭔지 깨달았다.

그 선생님은 내게 또 다른 곤혹스러운 기억을 안긴 바 있다. 복도 청소를 마치고 집에 가려 하니, 검사를 해야겠다며 나를 불러 세운다.

핥아봐 네? 내 눈에는 먼지가 보이는데, 청소를 다 했다고 하니 진짜 청소를 했으면 바닥을 핥아보라는 말이야.

사고가 얼어붙어 이럴 땐 도대체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못 핥는 것 보니 청소를 하지 않았구나. 아니요. 빗자루질 대걸레질 다 했어요. 그런데 왜 핥지 못하니?

내가 진짜 바닥을 핥아야 집에 보내줄 기세다. 진짜 바닥을 핥으라는 것인가 생각하고 있으니, 청소를 한 번 더 하고 다시 검사 받으란다. 청소를 한 번 더 하고서 교무실에 가 선생님을 찾았지만 이미 퇴근했다는 답변만 받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