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의 시각으로 본 영화의 오류들

2017.03.23

영화를 한창 재미있게 보다가도 기술오류가 너무 당당하게 등장할 때면 통 집중하기 힘들다.

예산을 들이부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종종 이런 집중을 방해하는 오류가 보인다. 그래서 모아봤다.

셜록 시즌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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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드라마 셜록에서 셜록은 본인의 비상한 머리를 종종 하드드라이브라고 비유한다. 2017년 1월 방영된 셜록 시즌4에서도 하드드라이브에 비유하는 대목이 나온다.

엄청난 기억능력을 비유하고자 하는 목적일텐데, 문제는 하드드라이브가 굉장히 느린 저장매체인 것이다. 지금은 2017년이다. SSD가 널리 쓰이고 상대적으로 값이 싼 HDD는 백업 목적으로나 사용한다. 그러니 앞으로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에 비유하는 게 좋겠다.

사실 이 정도는 그냥 넘어갈 수 있다. 다만 SSD대신 HDD를 언급하는 것으로 보아 셜록은 기술에 관심이 없다.

미스 슬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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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스 슬로운 말미에 슬로운이 IP주소를 읊는 장면이 나온다. 잘 읊다가 마지막 자리 숫자를 400번대로 부르는데(아마 455였나 그럴 거다.) IP주소는 자리마다 1byte로 구성되어 255가 최댓값이다.

존재하는 IP주소가 있을까봐 일부러 비튼 것일 수 있지만, 그런 이유라면 차라리 영화 홍보 페이지의 IP 주소를 부르는 게 어땠을까.

나우 유 씨 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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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목표는 전 세계의 모든 컴퓨터를 해킹할 수 있는 칩을 얻기 위해 싸우는 것이다. 그런 건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

인텔과 AMD만 봐도 소켓이 다르게 생겼다. 일단 그 칩 자체를 모든 컴퓨터에 꼽을 수가 없을 뿐 더러, 동작하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난다. 칩에 온갖 소켓이며 통신 인터페이스를 줄줄히 달고 있어서 거의 모든 컴퓨터에 붙일 수 있다고 해도 이는 엄청난 비효율이다. 전기는 또 어떻게 공급받을 것인가. 설계에 따라 남는 전력이 없을 수 있고 요구하는 전압이 다를 수 있다. 이는 심각한 오류를 초래한다.

만약 USB방식으로 연결한다면 USB를 지원하는 많은 하드웨어에 연결할 수는 있겠지만, 꽂는 순간 해킹이 되게 하려면 소프트웨어도 만만치 않게 중요하다. 영화에서 단순히 '해킹'이라고만 언급할 뿐 구체적인 묘사는 없지만, 칩을 얻기 위해 그리도 치열히 싸우는 것으로 보아 심각한 수준의 공격을 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해킹을 하려면 공격 대상의 보안 허점을 파악하고 그 허점을 파고들어야 한다. 단일 칩으로 모든 컴퓨터를 해킹한다는 것은, 모든 컴퓨터의 보안 허점을 공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함께여야 하고 그런 소프트웨어가 존재한다고 해도 이는 엄청난 비효율일 뿐 아니라 대상이 보안 허점을 막으면 소용없다.

이 영화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판타지다.

아이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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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아이보이에서 누군가 쏜 총에 주인공의 스마트폰이 맞고, 그 파편이 뇌에 박힌다. 그 이후로 세상 모든 것을 생각만으로 해킹할 수 있다. 보고싶지 않은 정보가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것도 함께.

이런 설정들이 어이없는 이유는 판타지를 현실의 매개로 당위성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거 하려면 아이언맨 정도의 개연성은 있어야..

그나저나 박힌 파편은 스냅드래곤일까 엑시노스일까?

오션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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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해킹을 그렇게 잘하면 은행이나 증권가를 해킹하는게 부의 창출 측면에서 더 나은 선택 아닌가 싶다. 해킹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헐리우드 당신들은 바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