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1일 낮잠
낮잠을 자고 일어났습니다. 일어나서는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그 중에 혼자서 해결이 안되는 질문이 있어 서울 카페에서 하루 몇 잔의 에스프레소를 내리는지 검색해봤습니다. 한 번에 나오진 않더라고요.
꿈에서 저는 어떤 이유에선진 모르겠지만 어떤 수수께끼를 맞추러 어떤 건물에 갔습니다. 그 건물은 이전에 누군가 알려준 건물입니다. 1,2층에는 카페와 다이소가 있고, 3,4층은 공실이었다가 최근에 사무실들이 들어왔고, 5,6층은 주거공간이라는 정보를요. 여느 꿈이 그렇듯 많은 것이 생략되어 있었지만 이 수수께끼에 답을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임무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건물의 건물주인 수수께끼 출제자가 첫 번째 수수께끼를 냈습니다. 출제자 본인과 이 건물에 있는 한 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물리적 위치를 바꾼다면, 출제자가 있는 공간의 사람은 총 몇 명이 되는지를 물었습니다. 질문이 지나치게 복잡하다고 느꼈고, 문장을 해석하는 능력도 함께 평가하려는 것인가 생각했습니다. 질문을 단순화하면 이 건물의 공간을 무작위로 골라 그 공간엔 몇 명의 사람이 있는지를 추론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출제자가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는 것을 보았고, 출산이 임박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만삭인 출제자를 한 명으로 볼 것인지, 두 명으로 볼 것인지를 결정해야 했습니다. 이 점을 수수께끼 답의 논리 구조에 더하면 다음 단계의 수수께끼로 쉽게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위치를 바꾼다는 수수께끼의 문장으로 출제자의 수수께끼가 아닌 제 수수께끼가 시작되었습니다. 두 명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것은 다툴 여지가 있다. 만 명의 사람이 있으면 각자의 답을 내놓을 것이고 나는 내 사고에 집중하면 되는 문제일 것이다. 그런데 만약 태아의 위치가 바뀌어 어머니의 뱃속이 아닌 인큐베이터 속에 있다면 어떤가? 그래도 다투어볼 문제가 될 것일까? 하는 생각이 자리잡았습니다. 인큐베이터의 보호를 받는 아기가 독립 개체인 것에 의문을 가질 수 있는가? 출산이 인간 탄생을 확정하는 아주 중요한 무언가일까? 혼자서 생존할 수 없다는 점은 우리 모두가 그렇다. 도움을 받는 것이 어머니인지 기계인지에 따라 달라지는가? 그러나 그런 생각들은 아무래도 수수께끼에 도움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공간이 화장실인지, 사무실인지, 다이소인지, 시간대는 언제인지 등을 물어 논리 구조를 만들고 거기에 한 명을 더해 답했습니다.
출제자가 두 번째 수수께끼를 냈습니다. 오늘 하루 동안 이 건물에 출입한 사람들이 오늘 하루동안 마신 음료가 총 몇 잔이냐는 질문이었습니다. 듣자마자 1층의 카페가 생각났습니다. 아무래도 이 건물에서 음료를 가장 많이 마시는 공간이 카페니까요. 다른 공간들은 사람 수를 추론해 제가 마시는 음료량을 곱해 더하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커피는 잔이 중요한 게 아니라 카페인 양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하루에 보통 에스프레소 네 샷이 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그게 한 잔에 네 샷이 든 벤티일 때도 있지만 두 잔의 톨일 때도 있거든요. 저는 만약 아이스 커피 한 잔에 에스프레소 네 잔이 담기면 그것은 한 잔인지 아니면 네 잔인지를 물었습니다. 출제자는 빙긋 웃으며 잠시 생각하더니, 샷으로 계산하는 게 편하면 네 잔으로 하세요.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사고를 발전하면 안 되었습니다. 저는 이어 맥락마다 다른 음료의 정의를 파악하고자 음용수도 음료로 치는지 물었습니다. 음용수와 에스프레소가 섞인 것은 한 잔의 음료냐고 물었습니다. 아주 큰 잔에 여러 캔의 레드불을 부어 마시면 한 잔인지 물었습니다. 저는 분명 음료가 무엇인지 아는데 수수께끼에 가까워지기 위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음료가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그냥, 이 정도 규모의 카페면 하루에 2,000샷 정도 내릴 것 같다고. 카페에 오지 않은 건물의 다른 사람들이 하루 세 잔 음료를 마신다고 가정하면 3,000샷 정도일 거라고 얼버무리곤 꿈에서 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