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 상대성 이론

그 날은 이상하리만치 코드가 잘 짜였다. 사이렌오더로 주문한 샷 추가 스타벅스 아이스 카페 아메리카노 벤티 사이즈를 마지막 한 모금까지 쪽쪽 빨았을 땐, 화면에 오류 하나 뱉어내는 것 없이 부드럽게 동작하는 코드가 빼곡하게 쌓여있었다.

그제서야 편두통을 유발하는 강력한 에어컨 바람이 거슬려 타이레놀 한 알을 입에 넣고 얼음을 녹여 삼킨 뒤 탐앤탐스로 향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여름의 푹푹 찌는 날씨가 그리웠건만 간사하게도 탐앤탐스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차가운 아메리카노가 간절했다. 아무래도 탐앤탐스의 순이익은 냉방요금을 아끼고 아껴 쥐어짜내는 것이 분명할테다.

침대에 누워 오늘하루 보람차다고 생각했다. 내 자신을 토닥이며 잠을 청했지만 에스프레소 도합 8샷을 쳐마신 내 몸뚱아리가 곱게 정신을 놓아줄 리 없다.

카페인 때문에 쿵쾅대는 심장이 간지러워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한참을 뒤척이다 데스크탑의 전원을 켰다.

바로 그 순간 난생 처음 시간의 흐름을 자각할 수 있었다. 평소와 달리 시간은 아주 천천히 그리고 고요하게 흐르고 있었다. 아주 느리게 흘러가는 탓에 시간이 멈춰있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였으나 역설적이게도 카페인 때문에 박동하는 심장소리가 똑똑히 그리고 주기적으로 들렸다.

이것은 분명 달의 뒷면에 소련 우주기지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진 이후 가장 놀라운 발견일 것이다. 모든 인류가 이러한 느린 시간 흐름 속에서 살아간다면 문명은 태초이후 가장 빠르고 가파르게 발전할 것이 자명하지 않은가.

하지만 안타깝게도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디지털 네이티브가 아니었던 탓에 그 누구도 ‘윈도우 상대성 이론’을 정리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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