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25
신기하다, 당연하다.
in 치치

싫어하는 단어가 있으세요? 입 밖에 절대 내기 싫고, 듣기만 해도 몸서리치는 단어요. 저는 두 개나 있어요. '신기하다'와 '당연하다'요.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당당히 드러낼 때 쓰이는 단어라고 생각해요. 솔직한 것은 좋지만, 제게 저 두 단어는 폭력적으로 느껴져요.

신기하다

가끔 신기하다는 말을 듣습니다. 코딩하고 있으면 그래요. '오! 신기하다!' 그런데 신기하다는 게 뭔가요? 보통 어떤 현상이 이해되지 않으면 신기하다는 말을 해요. 더 나아가서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없을 때 신기하다고 하지 않나요?

예를 들자면,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처음 본 사람은 '신기하다'고 하겠죠. 그런데, 엘리베이터가 신기한가요?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해하고 있는 현상은 전혀 신기하지 않죠.

바로 이 지점에서 '신기하다'는 말이 싫습니다. 특히 무언갈 알려주고 있을 때 '신기하다'는 말을 답으로 할 때요. 내 오지랖으로 알려준 것이 아니라, 알려달래서 알려줬는데 신기하다 하면 얘가 내 말을 이해하고 있긴 한건가 싶다니까요.

신기하다는 단어가 거부감없이 받아들여질 때는, 엄청난 우연이 겹치고 겹쳐 도저히 '신기하다' 말고는 표현할 단어가 없을 때 뿐이에요.

당연하다

반면 당연하다는 말은 신기하다와 반대 맥락에서 사용됩니다. 어떤 현상을 온전히 이해하고 있고, 이해되지 않는 것이 이해되지 않을 때 '당연하다'고 하죠. 내가 이해한다고 해서 상대방도 이해하는 것은 아닌데요.

무언갈 질문했을 때, 답으로 '당연히', '당연하게'로 시작하는 문장을 들으면 내 자신이 멍청하단 생각을 하게 돼요. '나는 당연한걸 몰라서 질문하고 있구나!'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단어라고 생각해요. 다분히 폭력적이지 않나요?

마치며

이런 이유로 양 끝에 있는 '신기하다', '당연하다'는 두 단어는 의식적으로 자제하고 있습니다. 네? 제가 신기하다고요? 신기한게 당연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