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이 고평가됐다고 생각하는 이유

시작하며

블록체인이 제공하는 가치가 거래되는 가상화폐의 시가총액에 상응할까요? 저는 가상화폐 시장은 물론이고 블록체인의 기술적, 사회적 가치가 모두 고평가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문제는 비용입니다. 금전, 시간, 사회적 비용을 통틀어서 해결해야할 과제가 아주 많은데요. 근미래에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노드에 참여하기

블록체인은 모든 노드가 같은 데이터를 공유하면서 검증되는 특성상 많은 노드가 참여할수록 데이터가 안전해집니다. 즉, 블록체인이 제공하는 가장 큰 가치인 탈중앙화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노드에 참여해야하고, 모든 노드가 블록체인 데이터베이스를 저장해야합니다.

이더리움 노드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가정합시다. 이 링크에 따르면, 현시점의 이더리움 데이터베이스의 크기는 약 670GB입니다. 한국에 살고 있는 것은 축복이네요. 기가랜으로 내려받으면 2시간 안 걸려서 모두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속도를 내려면 데이터를 저장하는 매체의 속도가 받쳐줘야 합니다. 쓰기 속도가 빠른 SSD를 사야겠네요. 게다가 블록이 블록체인에 계속 연결됩니다. 노드를 계속 업데이트해야 합니다. 전기도 계속 공급해야겠군요.

만약, 디스크가 데이터를 쓸 수 있는 속도보다 블록이 생성되는 속도가 빠르다면 교통체증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것입니다. 예를들어, 1초마다 생기는 데이터가 100Mb/s인데 물리적으로 저장매체에 기록할 수 있는 최대 속도가 90Mb/s라면 저장해야할 데이터가 끝없이 쌓이겠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즉 블록체인 자체 코드를 개선해 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거나, 하드웨어가 급격한 발전을 이뤄 늘어나는 데이터 속도를 감당하길 빌어야겠어요.

네트워크 사용하기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건전하게 유지되기 위해서 수수료가 듭니다. 그렇지 않으면 채굴자가 엄청난 컴퓨팅 파워를 써서 블록을 추가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데이터를 블록에 박제할 때 마다 수수료를 내든, 토큰 보유량에 따라서 트랜잭션 권한을 부여하든, 어떻게든 비용이 듭니다.

채굴에 참여하기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같은 인기있는 가상화폐들은 자체 보상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블록의 해시값을 검증하면 가상화폐를 지급합니다.

채굴과 탈중앙화는 긴밀한 관계를 가지지만 비용적인 측면을 계산하기 위해 따로 들여다 보자면, 채굴하는 과정은 전혀 의미 없는 값을 계산을 반복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소모됩니다. 예를들어, 채굴에 참여하기 위해 GPU 2개를 사용합시다. 과열되면 불이 날 수 있으니 적절한 냉각장치도 붙어야겠네요. 전력을 공급하는것은 물론입니다.

포브스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에 소비되는 전력만 연간 61.4TWh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전력 소비량의 1.5%, 한국의 12%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누진률을 적용하지 않은 한국 가정용 전력요금으로 이를 처리한다면 전기값만 약 5조 7000억원 을 내야합니다. (누진률을 적용하지 않은 한국 가정용 전력요금은 산업용보다 쌉니다.)

그런데 채굴은 경쟁적입니다. 내가 계산하던 블록을 누군가 먼저 계산했다면, 그동안 내가 계산한 컴퓨팅 파워는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하고 그대로 죽습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채굴자 연합(마이닝 풀)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연합끼리는 여전히 경쟁을 합니다. 저는 환경론자는 아니지만, 채굴은 에너지 비효율적인 작업입니다.

가상화폐 역사상 극초기를 제외하면 채굴로 얻는 보상이 채굴에 쓰인 비용을 넘어선 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대규모 채굴이 계속되는 이유는 가상화폐 가격이 끊임없이 오르기 때문이죠. 타임라인을 살펴보면 이전 채굴자의 비용을 다음 채굴자 혹은 투자자가 메워주는 구조입니다. 반복될수록 가상화폐 가격은 오르겠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채굴 비용을 마지막에 떠안는 사람은 누가 될까요? 또, 가상화폐 가격 상승은 네트워크 사용비용이 증가함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가?

과연 내가 블록체인 네트워크 위에 올릴 데이터가 그 많은 금전적, 시간적, 사회적 비용을 희생하고서 탈중앙화 할 필요가 있을까요?

전자고양이의 소유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수만대의 컴퓨터가 그 데이터를 검증하고 나눠 가질 필요가 있을까요?

모순점

비용과 속도를 극복하기 위한 보조기술중에 캐시와 보조 서버가 있습니다. 메타마스크같은 지갑 서비스는 실제 이더리움 노드에 참여하지 않고 다른 노드의 데이터를 신뢰하는 구조입니다. 670기가에 육박하는 이더리움 데이터베이스 용량을 극복하기 위한 좋은 해결책일 수 있겠지요.

하지만 이 지점에서 의문이 듭니다. 다른 노드에 의존하는 서비스를 탈중앙화 서비스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또, 네트워크를 사용하는데 비용과 속도가 앱을 서비스 하는 데 있어 장애가 되니, 블록체인 네트워크 바깥의 보조 서버를 사용하게 됩니다.

게임으로 예를 들면, 아이템 소유권을 탈중앙화 해 사용자간 거래를 자유롭게 만들 수는 있겠죠. 하지만 결국 게임이 동작하려면 블록체인 네트워크 바깥의 API서버를 거쳐야 하는데 블록체인 위에 올릴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습니다.

마치며

블록체인의 잠재력을 저평가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현재 기술기반과 서비스가 제공하는 실질적 가치에 비해 높게 평가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탈중앙화가 필요없어보이는 서비스가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을 때 그런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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