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왼손잡이야

왼손잡이

https://www.youtube.com/watch?v=xElyBcLvlaM

전세계 성인의 왼손잡이 비율은 10%p정도고, 우리나라에서는 그 비율이 5%p로 더 낮다고 한다. 한국 성인의 4%p는 식사를 왼손으로 하고 필기를 왼손으로 하는 비율은 1%p정도라고 한다.

왼손잡이가 되는 이유

명확하게 밝혀진 이유는 없다고 한다.

다만, 대부분 왼손잡이의 가마 모양이 시계 반대모양으로 생기는 것으로 보아 유전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한다.

왼손잡이로 태어나서 받는 박해

이 사회에 남아있는 온갖 차별에 비하면 왼손잡이가 받는 차별은 박해라고 할 것 까지야 없어보이지만, 왼쪽과 오른쪽 그 단어 자체와 파생된 단어를 본다면 오른쪽이 긍정적인 뜻을 왼쪽이 부정적인 뜻을 내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성경에서의 왼손잡이

나는 독실한 신자인 부모님 사이에서 모태신앙으로 태어났다. 모태신앙이란 태아일 때 부터 신앙을 가졌다는 이야기다.

성경에서도 비유적인 표현으로 왼쪽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구절이 있다.

왼편의 성경적 의미 : 성경에서 때때로 오른편은 좋은 쪽으로 묘사되었으며 왼편은 나쁜 쪽으로 여겨졌다. 전도서 10:2은 “지혜자의 마음은 오른편에 있고 우매자의 마음은 왼편에 있느니라”고 했다. 또한 신약의 마태복음 25:33에서 그리스도는 오른편에 좋은 양을, 왼편에는 나쁜 염소를 두셨다.

마지막 심판의 비유에서 양들은 하나님의 오른편에, 염소들은 왼편에 있을 것이라는 표현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마 25:33) 성경 여러 곳에서 예수님은 하나님의 오른편으로 높여지신 것으로 묘사되었다(롬 8:34; 엡 1:20; 골 3:1; 히 1:3; 8:1; 10:12; 12:2; 벧전 3:22).

강제 교정

나는 80년대에 태어나지 않았으니 대놓고 장애취급을 받지는 않았는데, 오른손잡이로 강제 교정하려는 압박은 있었다.

부모님 세대에서는 어지간히 왼손잡이를 싫어했는지, 내가 왼손으로 글을 쓰자 오른손으로 글을 쓰도록 강제했는데 이 때 받는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다. 왼손으로 글을 잘 쓰고 있는데 굳이 오른손으로 글을 써야 할 명분도 명확하게 느껴지지 않거니와 삐뚤빼뚤 제대로 써지지 않는 글씨를 예쁘게 쓰려 손에 힘을 주는 일도 물리적인 스트레스를 준다. 글을 오른손으로 한시간씩 쓰는 일을 할 때엔 내가 고장난 사람이라도 된 것 같았다.

성경과 헬조선의 선입견이 만나 강제 교정을 시도했을 터다. 그러나 내가 몇번이고 저항하자 이후론 크게 신경쓰지 않으셨다.

그럼에도 설이나 추석이 되어 할아버지와 함께 밥을 먹을 때면 이따금씩 나의 왼손에 들린 수저를 언급하긴 했다.

스탠다드

어떤 서비스를 만들 때에는 어떤 기획이나 시장의 타겟을 다수에 맞추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점유율이 한자리수에 머무는 ‘윈도우 앱’ 시장은 시간투자 대비 타겟 사용자가 적기 때문에 시간 투자 대비 타겟 사용자가 많은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에 집중한다. 이런 선택은 스타트업이나 작은 규모의 팀에 있어서는 필수적인 선택이다. 상대적으로 적은 타겟 사용자를 지원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비용낭비다. 이미 자리잡힌 ‘스탠다드(이 예에서는 게임 업계가 지원하는 플랫폼이 제한적인 것)‘을 따르는 것은 시간과 비용을 줄여줄 뿐 아니라 이미 검증된 루트이기 때문에 안정적이기도 하다.

해커그램의 사례

해커그램을 만들 때였다. 초기 프로토타입에서 ‘코드 키’가 오른쪽에 배치되어 있고, ‘엔터 키’가 왼쪽에 배치되어 있었는데 대다수의 오른손잡이의 편의를 위해 자주 눌리는 키를 오른쪽에 배치한 것이다. (지금은 ‘코드 키’를 게임 화면상의 위치와 같은 왼편에 배치하였다.)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스탠다드

스탠다드를 따라 서비스를 만들면 이는 곧 대부분의 사용자는 서비스를 문제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어느 누군가가 서비스에 문제를 느낀다면 우리 ‘기획자’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기존 방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문제를 느낀 사용자에게 불편함을 없애주는 방향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게 불가능하다면 우리가 믿고 따랐던 ‘스탠다드’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 아닐까.

웹 접근성과 장애인 편의시설

2000년대 웹 사이트들은 글꼴 사용이 자유롭지 못했다. 어떤 특정한 글꼴을 보여주기 위한 표준 기술이 없어서 사용자의 컴퓨터에 별도 플러그인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글꼴을 표현했다. 아니면 그러한 번거로운 방법 대신 아예 글꼴을 이미지에 박아버리고 그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이 방법은 꽤 괜찮았고 드래그로 콘텐츠를 복사할 수 없는 문제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용자는 어쨌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은 더 이상 콘텐츠를 볼 수가 없어졌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것이 ‘웹 접근성’이다. 시각장애인들도 콘텐츠를 읽을 수 있게 아예 법으로 (제한적으로) 강제했다. 화면에는 보이지 않는 텍스트를 소스코드에 넣어 시각장애인들도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게 했다.

모든 공공시설에는 장애인용 경사면이나 엘리베이터가 있다. 계단만 있어도 대부분의 사용자는 문제없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지만 이용이 힘든 소수의 장애인을 배려한 것이다.

문제를 느끼고 스탠다드를 부수는 행동의 결과는 다시 새로운 스탠다드가 되었다.

왼손잡이라서 불편해요

페이스북에서

facebook

이 포스트를 쓰게 된 계기는 페이스북 앱 인터페이스가 왼손잡이인 나에게 불편하다고 느낀데서 시작한다.

왼손으로 모바일을 쥐면 치킨윙처럼 생긴 엄지와 이어진 손바닥 부분이 모바일의 왼편에 닿는다. 문제는 페이스북의 좋아요 버튼이 그 접점 어디엔가 걸쳐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 앱을 켜놓고 손에 모바일을 쥔 채 잠시 딴청이라도 부리면 엉뚱한 포스트에 의도하지 않은 좋아요가 찍혀있기도 한다.

혹시 의도하지 않은 좋아요가 나도 모르게 눌려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활동로그를 주기적으로 열어보게 되는데, 이러한 경험은 썩 유쾌하지 않다.

카카오톡에서

kakako

나에게는 매우 먼 이모티콘과 샵검색..

한 손으로 5.1인치 모바일을 다루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모티콘과 샵검색의 위치는 너무나 멀다. 한 손으로 이모티콘 버튼을 누르려고 하면 내 손바닥 살이 입력칸을 눌러 키보드가 튀어나오거나, + 버튼이 눌리는 것이 부지기수다.

이렇게 바꿔주면 안 되겠니?

facebook-left

좋아요와 공유하기의 위치만 바꿨을 뿐인데 묵은 스트레스가 한 방에 날아가는 느낌이다.

kakao-left

가까워진 이모티콘 버튼아 기다려라 내가 이모티콘을 보내러 간다.

내가 제시한 좋아요와 공유하기의 배치를 바꾸고, 샵검색과 +버튼의 배치를 바꾸는 것은 최선의 변경이 아닐 수 있다. ui/ux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수 많은 요소를 고려해야 하고 가능한 많은 사용자에게 즐거운 경험을 선사해야 한다. 그렇지만 내가 사랑하는 서비스에 왼손잡이 모드 하나 쯤 생긴다면 나는 정말 기쁠 것 같다.

마치며

이런 문제를 느낄 수 있는 것은 내가 왼손잡이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나는 오른손잡이의 고충을 쉽게 알 수 없을 것이다. 어떤 손을 주로 사용하는지에 한정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장애인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한국이라고 하더라도 나는 비장애인이기 때문에 장애인의 고충을 쉽게 이해할 수 없다. 또 나는 여자가 아니기 때문에 여자가 밤길 혼자 걷는것을 얼마만큼 두려워하는지 가늠할 수 없다. lgbt이슈나 인종 이슈에 관하여도 그렇다. 다른 입장을 머리로는 이해하여도 진정 가슴으로 매시각 이해할 수는 없을것이다. 그래서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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