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대화

피시방에서 오버워치 빠른대전을 하고 난 뒤 탐엔탐스에서 밤샘 코딩을 하고 있었다. 코드를 배포하고 기지개를 켰다. 바로 그 때 그들의 대화가 귀에 들리기 시작했다.

“사장님 저 오늘 많이 잃었어요. 제가 웬만해서는 이런 부탁 안드려요. 그런데 오늘은 석연찮은 구석이 있어요. 이상하잖아요.”

그들은 서로를 사장님이라고 불렀다. 도박꾼과 도박장 사장이 분명했다.

도박꾼은 하소연을 연거푸 쏟아냈다.

도박꾼(이하 꾼): 사장님 오늘은 정말 화가나요. 기분이 찜찜해요. 이렇게 잃는 게 말이 안 되는데…

도박장(이하 장): 허허 뭐가 이상하다는거에요? 한번 들어나 봅시다.

꾼: 아니 사장님이 그 친구들이랑 저를 한 테이블에 앉힌 것도 그렇고. 사장님이 자리를 비우자 마자 제가 잃기 시작했어요. 근데 사장님이 그 친구들이랑 친분이 있으시잖아요.

장: 아하하 아니 사장님. 그 친구들은 그냥 같이 게임하는 친구들이에요. 그리고 제가 자리를 비우는 게 게임이랑 관련이 없어요 그렇잖아요?

꾼: 그렇긴 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그런 것들도 신경이 굉장히 쓰이죠. 계속 잃고 있는데. 오늘 저랑 제 친구 합쳐서 450이나 잃었어요. 저는 300잃고 제 친구는 150잃고. 친구 데려온 저는 뭐가 됩니까.

장: 아니, 그래서 하고싶은 말씀이 뭐에요. 허허. 제가 뭐 사장님 빨아먹으려고 했다 뭐 그런 말씀을 하고싶은거에요? 하하하

꾼: 아니 이상하잖아요. 잃기만 하는 게. 사장님.

장: 제가 뭐 작당을 해서 사장님을 빨아먹는다 이거는 말도 안 되는 거고요.

꾼: 제가 진짜 딱 말할게요. 오늘 잃은 거 반만 경비처리 해주세요.

장: 저도 할 수 있는 게 있고 할 수 없는 게 있어요.

꾼: 사장님 그래도 반만 주세요. 반만 경비처리 해주세요. 제 와이프도 저 도박하는 거 알아요. 천만원 이천만원 씩 도박하고 그러는거 아는데. 오늘은 너무 이상하잖아요. 반만 경비처리 해주세요 사장님.

장: 그렇게는 안되죠. 오늘 가게 돌려도 그 정도는 안 나오는데.

꾼: 아니요 사장님 제 생각에는 충분히 나와요. 왜 안나와요.

장: 솔직히 내가 말씀을 드릴게. 아니 사장님. 제 눈을 보고 얘기를 하세요. 저는 눈 보면서 말하고 있죠? 제가 뭘 숨기는 게 없으니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거에요. 저도 우리 사장님 정도 플레이하시는 분들 최대한 챙겨드리고 싶은데. 십프로 이십프로 정도 해 달라, 이렇게 말씀하시면 그 정도는 해드릴 수 있는데 반을 달라 이거는 불가능하죠.

꾼: 아니 사장님 그런데 말을 정말 잘하시네요. 저는 사장님 믿어요. 그런데 경비처리 좀 해주세요. 오늘 진짜 기분이 나빠서요. 사장님은 아니라고 하시지만 솔직히 저는 오늘 게임하면서 이상한 점이 한두개가 아니었어요. 아까 게임하면서 지금까지 300 잃고. 지금 제 친구 위에서 계속 게임하고 있는데 안 주시면 친구한테 마무리하고 그만 일어나자고 할겁니다.

장: 사장님 계속 말은 믿는다고 하시면서… 허허 계속 돌려달라고 하시면.

꾼: 그래요 사장님 그러면은. 딱 얼마까지 주실 수 있는데요.

장: 제가 그러면 가게에서 50 드리고. 기분 좋으시라고 지금 나가면서 제 사비로 20장 드릴게요.

꾼: 제 친구는 어떡해요 사장님. 제가 뽀찌받으려는 게 아니고요 사장님. 70은… 그럼 사장님 70 말고 딱 100 맞춰서 주세요.

장: 친구분 얘기 자꾸 하시는데 친구분은 그만… 사장님은 지금 저랑 얼굴보고 얘기하고 있잖아요 그렇죠? 얼굴보고 얘기하면서 오해가 있었으면 풀고. 홀덤판이 그렇지만 잃을 때가 있으면 딸 때도 있고… 친구분 들어왔을 때 어땠어요. 따고계셨죠? 그렇죠?

꾼: 아녜요 사장님. 무슨 말씀이세요. 계속 잃었어요 계속.

장: 많이 따지 못했더라도 본전하고 있거나 그 언저리였어요. 그리고 오만원이던, 십만원이던 사장님. 게임 하면서 잃을 수도 있는 거 모르셨어요? 아시고 하신 거잖아요. 안 그래요?

꾼: 예

장: 제가 가게에서 50 사비로 20 드릴테니까 오늘은 그만치세요. 가게에도 사장님같은 분이 있어야 저도 좋으니까 그렇게 드리는 걸로 하고.

꾼: 예 사장님.

장: 어떻게 드릴까? 계좌를 알려주시면 제가 보내드릴까요?

꾼: 아니요 계좌는 조금… 뭐 나가는 게 있어서 계좌 말고 현찰로 주세요. 계좌거래는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장: 어쩌지? 내가 지금 현찰이 없는데. 그럼 일단 가게로 올라갑시다.

꾼: 예. 그러면 지금 올라가서 친구한테는 오늘 마무리 하고 일어나자고 할게요. 사장님 담배한대 피우고 올라가시죠?

그렇게 그들은 웃으며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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