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삼성페이

나는 지갑과 현금을 들고다니지 않는다. 내 바지 주머니에는 항상 코팅이 반쯤 벗겨진 신분증과 국민 체크카드, 카카오뱅크 체크카드가 들어있다.

이건 꽤 논리적인 루틴이다. 결제를 하거나 버스를 탈 때 오른쪽 주머니에 손을 뒤적여 필요한 카드를 꺼낸다. 신분증까지 같은 크기의 카드가 세 장 있지만 모두 손 끝에 만져지는 촉감이 달라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이럴수가, 버스가 정거장에 들어올 때 손을 주머니에 넣어도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았다. 빨래를 위해 어제 벗어둔 그 바지 주머니 속에 카드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버스가 나를 그대로 지나쳐갔다.

하는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가려는 순간 삼성페이가 생각났다. 다행히 내가 타려는 버스는 우리 동네를 한바퀴 돌아 목적지에 도착한다. 3분정도 가로질러 걸으면 버스보다 다섯정거장을 앞서갈 수 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목구멍까지 차오른 육두문자가 그대로 소화되었다.

천천히 내리막을 걸으며 삼성페이에서 티머니 교통카드를 발급받았다. 카카오버스로 버스 위치를 확인하니 마음이 놓였다. 그래, 이게 21세기지.

고마워, 삼성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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