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를 포기하는 사람들을 보며

2018.09.02

때는 2016년 연말. 영화 리뷰 유튜버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유튜버 말하기를, 본인은 영화 리뷰가 하고싶은 것이 아니라고 했다.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영화 리뷰를 취한 것이라 했다. 하지만 구독자들은 영화 리뷰 콘텐츠를 기대하고 있기에, 다른 콘텐츠를 다루는 것이 맞는건지 고민된다고 했다. 그 유튜버가 IPTV 영화소개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을 보고 잘된건지, 안된건지 헷갈렸다.

구독자 수가 100만에 달했던 리뷰왕김리뷰도 절필 아닌 절필선언에서 비슷한 얘기를 했다. 내가 진짜 하고싶은 콘텐츠는 이게 아니라고. 원하면 구독취소를 해도 좋다고.

유튜브 Solfa채널이 구독자 수 100만 기념 Q&A에서 말하기를, 궁극적인 목표는 극장이든, 넷플릭스든, 네이버든, 유튜브를 탈피해 다른 채널에서 긴 장르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치치스페이스의 정체성을 고민하면서 저 이야기들이 어렴풋이 공감됐다. 치치스페이스는 구독자가 고정적인 미디어도 아니고, 검색을 통해 유입되는 사용자가 하루 30명정도밖에 안되는 아주 작은 블로그일 뿐인데 공감된다니. 비웃어도 좋다.

치치스페이스는 머릿속을 게워내기 위해 만들어졌다. 생각을 글로 바꾸면 머리속이 정리되어 다른 생각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생긴다. 치치스페이스를 시작하면서 다짐한 것이 있다. 미래를 위해 내 생각을 검열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닌 내 생각을 드러내는 글을 쓰자. 언젠가 내 글이 창피하고 민망한 때가 와도 내 과거를 인정하자고.

나를 아껴주는 몇 안되는 사람이 말했다. 나는 네가 네 능력을 더 PR했으면 좋겠어. 내 삶과 직업은 경계가 없어진지 오래다. 내 짧은 인생에서 개발을 빼면 남는 게 있을까? 내 가치관과 무의식은 아마 컴퓨터 방식으로 형성되었을 것이다.

아이러니는 여기서 생긴다. 치치스페이스가 기술 블로그로서의 매력이 있느냐 묻는다면 그건 아닐테다. 지금 쓰고있는 바로 이런 글들이 난데없이 섞여 기술적 지식 습득 혹은 기술적 평가를 방해할 게 뻔하니까. 그렇다면 치치스페이스는 매력적인 기술 블로그가 되어야 하는가? 잘 모르겠다.

적고 보니 위에서 언급한 콘텐츠 포기 사례랑은 반대다. 쩌는 크리에이터들은 채널을 키운 뒤 하고싶은 것을 하고 싶어했고, 나는 쓰고싶은 글을 쓰다가 보여주기 위한 글을 써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이니.

여기까지 근 며칠간 제 머리속을 괴롭히던 생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