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하고싶은 것 하며 살면 안 돼?

이루고 싶은 최종 목표가 뭐야?

근래에 비슷한 질문을 여러번 받았다. 사실 딱히 대답할 게 없었다. 내 인생의 로드맵이라곤 중학생 때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작성했던 자기소개서의 항목을 채워넣을 때 생각해본 게 전부니까.

마리오 시리즈의 쿠파나 블소의 진서연처럼 ‘이것만 깨면 끝이다’ 하는 최종 목표는 없다. 1000만명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긴 하지만. 딱 그정도다.

질문의 의도는 사실 ‘무엇을 이루고 싶느냐’보다는 ‘언제까지 웹만 할거야?‘에 가깝다.

언제까지 웹만 할거야?

나는 웹개발을 하는 것에 불만이 없다. 지금 하는 일이 즐겁다. 일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나에게 웹개발은 일보다는 취미에 가깝다.

취미

웹개발이 취미라고 하면 하루종일 일만 하는 일개미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 어느정도는 맞다.

일어나서 코드를 한 줄도 작성하지 않았다면 잠이 오지 않는다. 하루를 산 것 같지가 않다.

주말에는 카페에 가서 코드를 만든다. 초과업무지만, 기꺼이 한다. 재미있으니까.

억압된 취미

그렇다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코드를 짜지는 않는다. 재미가 있긴 하지만 코드를 생산하는 일은 뇌를 많이 써야 하는 창작활동이고, 몸이 피곤할 땐 코딩을 해서 남은 에너지를 소진시키기 보다 넷플릭스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게 좋다.

업무 외 시간에 업무를 강요받으면 인생 슬퍼진다. 업무 외 시간엔 나도 내가 하고 싶은 걸 결정할 수 있는 자율권이 있으면 좋겠어.

같은 맥락에서 내 서비스가 월급으로 보상받지 못하는 시간에 기꺼이 업무를 하는 것은 코딩이 내가 좋아하는 취미이기 때문이다. 내 결정으로 내 시간에 업무를 하는 건 즐겁다.

이제 웹에 대한 얘기를 하련다. 웹개발을 한다고 하면 이따금씩 불편한 시선이 느껴진다.

개발을 접하지 못한 비전공자에게서 가끔 느껴지는 건데, 웹을 아주 얕잡아 보는 것 같다.

Q. 언제까지 HTML 끄적일 거야?

A. HTML 끄적인다는 게 ‘웹개발을 한다는’ 비유적인 표현이라면 내가 물리적으로 코딩을 못하게 될 때 까지. 그렇지만 진심으로 내가 HTML만 끄적인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착각이야.

Q. 그럼 어떤 것을 하는데?

A. 현대 웹개발은 아주 고도화 되어있어. 5년 전만 해도 쓰이지 않던 개념이 표준이 되어있고. 내가 더 배워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아있고 앞으로도 많이 생길거임.

Q. 그래도 AR/VR, 블록체인, AI 같은걸 할 때 되지 않았음?

A. ‘소아과 3년 했으니 성형외과 할 때 되지 않았나’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 나는 다른 기술에 관심이 없어. 그냥 좋아하는 것을 계속 할 거야.

Q. 웹하면 돈을 못 벌지 않아?

A. 본인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해. 성장하지 않는 개발자는 도태될 수 밖에 없거든. 딱히 웹 영역에서만 그런 것은 아니구. 개발자 중에 웹개발자가 가장 많아서 평균 단가가 낮을 수는 있지만, 본인이 노력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받을 수 있는 게 개발업계라고 생각함.

마치며

내가 웹개발, 그 중에서도 프론트엔드를 좋아하는 것엔 특별한 이유가 없다. 사랑과 비슷하다고 할까. 좋아하고 싶어서 좋아하나요 그냥 좋아서 좋아하는거지.

그럼에도 이유를 대자면 가장 큰 이유로, 웹 생태계가 끊임없이 발전하고 성장하며 그 방향이 긍정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반 농담으로 ‘언제까지 웹 할거야. 이제 네이티브 해야지’ 하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심지어는 개발자 친구가 내게 ‘같이 돈을 만들기 위해서 네가 자바를 배워라’는 이야기를 했을 때, 과장 조금 보태서 내 사랑이 부정당하는 느낌을 받았다.

아! 고건 많이 겪어서 무감각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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