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캠퍼스 1기 회고

스타트업캠퍼스 1기에 지원한 이유

지원 전

나는 한동안 인디게임팀에서 서버개발 포지션을 맡고 있었다. 비정기적으로 만나 개발을 한 기간이 거의 일 년, 코워킹스페이스의 자리를 빌려 개발한 것이 3개월 정도다.

비정기적으로 만나 개발을 할 때엔 느끼지 못했었는데, 코워킹스페이스에서 매일같이 일하다보면 여러가지 문제를 만나게 된다.

나의 경우는 사무실 이용 요금을 비롯한 경제적인 문제와, 비즈니스모델을 설정하는 데 있어서의 팀원과의 의견차이등의 현실적인 문제와 이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팀원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매끄럽지 못했다.

사업자를 낼 때 개인사업자를 낼 지, 법인을 설립할 지에 대한 지식이 없었고 막연했다.

스팀같은 온라인 스토어에서 작품을 판매하는, 100% 온라인사업이 가능한 게임분야를 하고 있어서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기업이 투자를 어떻게 받고 왜 받는건지, 꼭 받아야 하는건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없었고 지분이 있으면 어떤 권리와 책임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

이런 이유들로 고민하고 있을 때 스타트업캠퍼스 1기 모집 공고를 발견했다.

반신반의

경기도와 카카오 김범수 의장이 지원한다고 하니 어떠한 신뢰는 있었지만 자세히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알지 못했다.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정보가 많은 편이 아닌탓이다.

반신반의했다. 면접을 보기까지는.

면접에서 궁금증이 많이 해소됐다. 면접관은 지원한 랩의 디렉터다. 이후 면접은 달라질 수도 있겠으나 내가 본 면접에서는 선수(스타트업캠퍼스에서는 필드에서 뛰는 학생을 존중한다는 의미로 학생이라는 호칭 대신 선수라는 호칭을 사용한다.)에게 디렉터가 궁금한 사항을 해소해주는 시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오리엔테이션과 입학식

오리엔테이션을 입학식보다 먼저 진행했다. 오리엔테이션에서는 선수의 스타트업캠퍼스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시간과 선수간 아이스브레이킹이 준비되어 있다. 모든 선수가 섞여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이 중 어딘가에 내가 있다.

입학식에서 드디어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범수 총장을 만난다. 기자도 여럿 온다.

호칭

스타트업캠퍼스에서는 수평적인 관계를 지향한다. 교육생을 학생 대신 선수라고 칭하고 선수를 돕는 교육자도 강사나 선생님 대신 디렉터와 코치로 부른다. 디렉터와 코치는 영어이름을 사용한다. 선수가 디렉터, 코치의 이름을 부를 때 나이나 커리어에 구애받지 않도록 한 것이다.

처음 한달은 선수끼리 운영본부의 뜻을 존중해 자연스럽게 나이를 묻지 않았다. 그런데 서로 터울없이 친해지니 자연스럽게 알 사람은 다 알고있더라.

커리큘럼

공통역량교육

공통역량교육은 랩별로 진행하지만 모든 랩이 받는 교육은 동일했다. 비즈니스 문제해결이나 저널리즘투어, 디지털리터러시 등의 교육은 오전 오후에 각각 한 과목씩 2주간, 총 4주동안 진행했다. (2기부터는 6주간 한다더라.)

공통역량교육은 랩별로 진행했으며 각 수업마다 조를 짜서 진행한다. 돌아보면 수업에서 인사이트를 얻는 것이 좋았지만 수업에 대한 사전안내가 없어 혼란스럽기도 했다. 각 수업의 첫 시간에 수업을 하는 이유나 앞으로의 과정에 대해 설명을 들으면 어느정도 수긍하게 된다. 공통역량교육 과정은 같은 랩의 선수를 알아가는 기회가 되었다.

마인드업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에 랩에 상관없이 조를 편성해 마인드업을 진행한다. 심리치료 비슷한 활동인데 처음 겪는 경험이라 신선했다. 활동을 하거나 어떤 얘기를 나누면 마인드업 코치가 그 다음, 다음의 다음 활동에서도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것이 참 좋았다.

인사이트

매주 금요일에는 인사이트 특강 시간이 있다. 좀처럼 만날 기회 없는 분의 특강을 듣는 시간이다. 특강을 업으로 하는 강사가 아닌, 스타트업캠퍼스의 선수처럼 새로운 도전을 했던 사람들이다. 창업이나 여러 도전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질문하며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시간이다.

이노베이션 랩

공통역량교육이 끝나면 랩 별 수업 혹은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이 과정부터는 랩마다 진행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디지털랩은 추가적인 교육 없이 PBL(Project Based Learning)을 시작했다.

PBL은 두번의 과정으로 나뉘었다.

첫번째 PBL

다시한번 강조하자면 이는 디지털랩에 한정한 이야기다.

내가 붙인 자기소개

선수들이 각자 하고싶은 프로젝트를 발의한다. 프로젝트를 발의하지 않은 선수는 자신이 어떤 포지션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은지를 이젤패드에 자유롭게 표현한다. 프로젝트와 자기소개(?)가 담긴 이젤패드를 벽에 붙이고, 참여하고싶은 프로젝트에 스티커를 붙여 최종적인 프로젝트를 선출한다. 최종 프로젝트가 선출되면 팀을 꾸려 해당 프로젝트를 4주간 진행했다.

프로젝트에 필요한 지원을 운영본부에 요청하면 지원해준다. 조건없는 지원은 아니고, 왜 지원이 필요한지를 운영본부에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프로젝트에 정말 지원이 필요하다면 대체로 지원해주는 편이니 운영본부에 요청하면 된다.

돌아보면 첫 PBL에서는 성공적인 프로젝트가 되거나 성공적인 팀이 되기가 어려웠다. 다른 랩은 모르겠지만 디지털 랩에서는 그랬다. 아마 서로 친해졌어도 실제 프로젝트를 할 때에 생기는 마찰은 처음 겪는 일이었을거다.

이 과정에서 운영본부와 디렉터는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 일방적인 가르침을 주기보다는 선수 스스로 배우는 것을 원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다만 선수 한명한명 개별상담을 통해 겪는 문제에 대한 조언을 주었다.

또, 프로젝트의 성공만을 바라지도 않는다. 스타트업캠퍼스에서 겪어보니 창업의 길이 맞지 않는다 해도 본인의 업을 찾는 과정에서 큰 수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첫번째 프로젝트가 끝나면 선수와 코치, 디렉터가 한 데 모여 프로젝트를 시상했다.

잠깐 자랑하자면 내가 프로젝트 시상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었다. pt데이 하루 전까지 코딩했는데, 이상없이 동작해서 기분이 좋았다.

거위 그림과 거위 소리는 같은 랩 선수의 도움을 받았다. 날개를 퍼덕이는 그림인데, 꽤 귀엽다.

두번째 PBL

이 시간은 크로스랩으로 8주간 진행되었다. 랩 내에서 진행했던 첫번째 PBL과 달리, 랩에 상관없이 프로젝트를 발의하고 다른 랩 선수와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기간이다.

이 글에 소개하지는 않았지만 어울림반상, 피어코칭, 도로시의 런치박스, 그리고 마인드업등 활동이 주기적으로 있어서 다른 랩 선수와 교류할 기회가 종종 주어졌고 이런 기회를 통해 알게된 다른 랩 선수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팀이 꽤 있었다.

피어코칭의 랜덤매칭 시스템도 개발했었다.

나는 내가 잘 만들 수 있는 웹서비스를 발의한 팀에 들어가서 서비스를 제작했고 스타트업캠퍼스를 수료한 뒤에도 함께 웹서비스를 만들 생각이다.

내 경우처럼 스타트업캠퍼스가 끝나고도 프로젝트를 지속하고자 하는 팀도 여럿 있다.

마치며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위해 프로젝트계획서를 작성하고 매주 주차별보고서를 작성해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지원금을 요청하기 위해서 지원금사용계획서를 작성하고 지출한 지원금을 지원금사용내역서로 증빙해야 하는 보고서 폭탄이 괴롭혔다.

하지만 인스타그램 CEO가 말했듯 회사는 제품개발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소규모 멤버로 창업하여 실제 사업을 진행하면 수많은 잡무를 만나겠지. 이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보고서를 작성하는 경험이 도움될 수도 있겠다.

스타트업캠퍼스에서 정말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어디에서 또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을까.

처음 우체국에 가서 우편을 부칠 때가 기억난다. 우편을 처음 부치는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에 신이 났었다.

마친가지로 김범수 총장과 질답하는 시간, 마인드업, 인사이트, 어울림반상을 통해 사람들과 교류하는 경험이 새롭고 신이났다.

가르치는 사람 없이 프로젝트를 통해 배우는 PBL을 12주동안 진행하며 얻은 것이 정말 많다. 비즈니스 관련 지식도 얻었으며 사람들과 소통하고 융화하고, 특히 팀원으로써 맡은 롤에 충실하고 업무적인 내용을 전달하고 요청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스타트업캠퍼스를 수료한 후에도 함께하고 싶은 팀원을 만난것이 가장 좋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4개월의 과정이 이번주면 끝난다. 끝까지 좋은 경험으로 마무리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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