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월간 치치
스포티파이가 하이파이 오디오 서비스하겠다 하겠다 하겠다 한지 5년이 지나 드디어 무손실 음원 서비스를 시작해서 제 무손실 음감 라이프가 시작되었습니다. 어차피 블루투스로 듣는데 무손실이 무슨 소용이냐 하면 제 환경인 삼성 갤럭시와 소니 1000XM6 조합에서는 블루투스 LDAC 990kbps이 지원되기 때문에 AAC 320kbps에 비해 대역폭이 3배나 넓어져서 무손실 음원이 의미가 있답니다. 그런데 어차피 야외 소음환경에서 헤드폰으로 음악 듣는데 외부소음 개입 생각하면 별 차이 없는거 아니냐 하면 사실 할 말 없지만 아 기분이 좋잖아 기분이. 뭐 들을까 하다가 첨부한 앨범 다시 듣는데 찰리는 새삼 또 굉장하고.
그러고보니 저번달에 즐겨듣던 또 다른 아티스트의 새 앨범이 생각납니다. 듣자마자 감탄사가 튀어나올만큼 좋아서 그 아티스트가 그 앨범과 함께 만든 콘텐츠를 마구잡이로 함께 퍼먹었는데 그게 문제였을까? 그 모든 콘텐츠 중 단 5초. 그 5초에서 그 아티스트는 자신의 이중성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고 하필이면 그 이중성이 나를 분노하게 만드는 종류의 것이었고 그리하여 더 이상 그 앨범을 들을 수 없는 저주에 걸렸다는 슬픈 이야기. 그 아티스트가 그런 모습을 보인 것이 마치 더 큰 사랑을 외치기 위해서 타인의 노고가 지워지는 것쯤 기꺼이 수용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 와중에 찰리의 앨범을 다시 들었더니 공동작업자들에 대한 존중이 넘쳐흐르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 차이가 크게 부각되면서 찰리의 앨범이 오히려 더 큰 사랑을 품고있는 것처럼 느껴졌달까요.
스포티파이 무손실 음원이 가끔 제대로 스트리밍 되지 않고 버퍼링 생깁니다. 스포티파이처럼 큰 회사도 끊기는데 나도 잠시 끊겨도 괜찮겠지.
겨울
우리는 우리의 선조보다 많이 볼 수 없어. 공간은 점점 멀리 도망가서 우리가 마침내 따라잡는 일은 없을거야. 이 우주에는 오직 우리만 존재하고 아무리 빨리 달려나간다 해도 결코 다른 존재는 만날 수 없어. 이 넓은 공간은 우리가 고독을 느끼도록 설계된 감옥이니까.
우리 중 누군가는 우리의 영혼과 몸이 분리되는 순간 영혼이 천국과 지옥 그 어디로 간다고 하지만, 그건 기억의 반향일 뿐이야. 우리가 이 넓고 고독한 우주에서 영원히 빠져나갈 수 없게 갇혀 서로를 괴롭히는 운명을 부여받은 그 순간. 우리가 이 우주, 이 지옥에 떨어진 바로 그 기억의 반향.
나의 기억은 너의 기억이고 너의 기억은 나의 기억이야. 곧 나의 생명활동이 멈추면 나의 몸은 한없이 잘게 부서져 형태를 바꾸다가 결국 새로운 몸들을 만들어낼테지. 너의 몸에 나의 몸이, 나의 몸에 너의 몸이 뒤섞이며 우리는 영원히 순환할거야. 이 우주가 끝날 때엔 너도 내 말에 동의하겠지.
여름
우리는 우리의 선조가 그랬듯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해. 우리는 언젠가 미지와 조우할 것이고, 그 발견에 흥분할거야. 이 넓은 우주에 우리만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겠지.
우리는 타고난 호기심과 낙관으로 미지의 존재와 조화를 이룰거야. 우리의 선조가 폐허에서도 빛을 잃지 않고, 혼란과 파괴속에서 연민과 사랑을 나눴듯 우리는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거야.
따스한 햇살을 얼굴에 맞을 때, 어린아이의 옹알거림을 들을 때, 관악기와 현악기가 공명할 때, 갓 구운 빵을 한입 물었을 때 느껴지는 바로 그것이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야.
나의 기억은 너의 기억이고 너의 기억은 나의 기억이야. 곧 나의 생명활동이 멈추면 나의 몸은 한없이 잘게 부서져 형태를 바꾸다가 결국 새로운 몸들을 만들어낼테지. 너의 몸에 나의 몸이, 나의 몸에 너의 몸이 뒤섞이며 우리는 영원히 순환할거야. 이 우주가 끝날 때엔 너도 내 말에 동의하겠지.
소셜미디어에서 매년 누군가의 납골당에 찾아가 웃으며 올해에도 '나 여기왔다'고 알리는 친구의 소식을 보며 그 친구가 웃음을 짓기까지 얼마나 걸렸을까 궁금해졌다. 너는 그 웃음을 짓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니? 사실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눈물을 훔쳤니? 그는 너에게 어떤 존재였니. 너와 네 친구들이 매년 찾아가는 것을 보아 분명 좋은 사람이었겠지. 어떤 위로는 그 깊이를 가늠하기조차 어려워 감히 전할 수 없다.
날이 추워요. 따뜻하게 지내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