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월간 치치

2025.07.13

안녕 여러분. 이제 하반기가 시작됐습니다. 날이 부쩍 더워졌는데 더위 조심하십시오.



"바다 처음 와 봐"

"진짜? 너는 섬에 사는 애가 바다에 처음 와?"

"그러게. 바다보러 올 생각을 한번도 안 해봤어"

"바다 보니까 어때?"

"바다도 산 만큼 좋다"

"그치? 이제 자주 와 가깝잖아. 나도 섬에 살았으면 자주..."

"하하. 그거 정말 육지에서 온 사람이 하는 말 같아."

"너는 섬사람같다. 깔깔"

"그런데 생각해 봐. 우리는 모두 섬에 살아. 큰 섬, 작은 섬. 그걸 잊고 살면 결국엔 우리 모두 같은 별에 살고 있다는 것 까지 잊게 될걸?"


얼마 전에 과민성 대장 증후군에 대한 생각을 했어요. 그 생각은 바로 과민성 대장 증후군은 설사를 자주하는 것이 핵심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설사는 결과물에 가깝습니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 없는 사람들은 장이 수축하거나 가스가 차도 불편을 느끼지 못하거나 가볍게 넘기지만,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같은 수준의 자극에도 장 신경이 과민하게 반응해 이를 극심한 통증으로 뇌에 전달합니다. 뇌가 느끼는 불안이나 스트레스가 신경계를 통해 그대로 장에 전달되고, 스트레스 신호를 받은 장은 연동운동이 비정상적으로 격렬해지면서 설사를 유발하는거죠. 동시에 이미 예민해진 장 신경은 이 격렬한 움직임을 더 큰 통증 신호로 바꿔 뇌에 보낸다고 합니다. 이게 저한텐 당장 기절할 것 같은 통증으로 느껴집니다. 고환을 걷어차인 고통과 비견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나는 뭐가 그렇게 억울한 게 많은지. 그동안 받은 숱한 훈수들이 억울합니다. 찬 음식을 먹지 마라, 매운 음식 먹지 마라, 마라마라탕후루. 억울한 이유는 그런 잔소리들이 제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 채 하는 것이라는 것을 지금에야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나는 평생을 그렇게 살아서 다른 사람도 설사하면 나처럼 아픈 줄 알았지.

통증은 스트레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불면증을 오랫동안 겪고 있는 저는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는 것에 부담감을 느낍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불안과 스트레스가 저를 압도하고 설령 늦지 않게 일어났어도 약속된 시간에 약속된 장소에 도착할 때 까지 불안감이 쉽게 가시지 않습니다. 이런 스트레스 상황속에서는 어김없이 배가 아프고 시야가 흐려지기 때문에 전날 침대에 누워서부터 일어나지 못할 것에 대한 걱정으로 잠을 더 못자는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나의 불면증과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단짝처럼 서로를 불러오고 서로를 키워 나를 잡아먹으려 해.

다행히 올해에는 스트레스를 잘 통제하고 있으므로 불면증도 과민성대장증후군도 많이 뜸해졌답니다. 아직 남은 건 그런 이해받지 못한 기억들인가 봅니다. 그래서 적어봅니다. 아무도 물어보지 않아서요.


치아교정이 끝났습니다. 한 1년 반이나 됐으려나 하고 세어보니 3년이나 했더라고요. 과정이 끝나니 주위에서 치아교정을 이유로 못 먹은 음식이 있는지를 묻더랍니다. 사실 그 동안 교정 때문에 먹고 싶은 것 참은 적은 없습니다. 교정기를 제거하고 첫 양치를 하는 순간을 잊지 못합니다. 3년의 시간동안 교정 전의 양치가 어떤 느낌이었는지 완전히 잊었는지 새롭습니다. 족쇄가 달린 아기 코끼리와 우리는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니 양치가 이렇게 쉬운 거 였구나. 치아가 이렇게나 매끄러웠구나.


인삿말 쓴 지 꼬박 한 달이 되어서 날씨가 많이 바뀌어 인삿말을 고치고 다시 꼬박 한 달이 지나 또 고쳤습니다. 글이 또 다시 안 써지는 것을 보니 머릿속이 명료한가봅니다. 건강히 지내십시오.